어디에나 존재하는 기업의 소통부재
간만에 머리를 자르러 미용실에 들렀다. 한동안 날씨가 추워 밖에 나가지 않았더니 꽤나 머리가 지저분했다.
날씨가 추워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라 예상하고 예약을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꽤 붐볐고,
때문에 항상 자르던 디자이너 선생님께 머리를 자르기 위해선 꽤 시간을 대기해야 했다.
비치되어 있는 잡지를 뒤적이며 시간을 때우기도 하고, 분주히 일하는 직원들을 지켜보기도 하는 도중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.
기존에 왔을때는 A씨 혹은 A님이라고 부르던 호칭이 커커(체인점 이름)을 붙여 A 커커님으로 바뀐 것이다.
듣고 있다보니 뭔가 재미있기도 하고 조금 웃기기도 해서 왜 이런 호칭을 부르게 된 것일까 생각해 보았다.
원래 김과장 박차장 하듯 직급 호칭을 붙이는 것도 아니니 카카오톡과 같은 스타트업처럼 상호 소통을 위해
영어 이름을 쓰는 취지도 아닌 것 같고, 그렇다고 직원을 프로로 호칭하는 제일기획과 같은 경우도 아닌것 같고,
담당자에게 힘을 싣어주기 위해 직급을 올려주는 경우는 더더욱 아니고,
그렇다고 구글러, 삼성맨 등 특정 회사의 직원을 지칭하는 호칭은 외부에서 붙여주는 것이고..
궁금함을 참기 힘들어 머리를 감는도중 인턴에게 물어보았다.
돌아온 대답은 잘 모르겠다는 말과 어색한 웃음, 궁금한 것은 풀어야 하는 성격이기에
이번에는 머리를 다듬는 도중 디자이너 선생님께 물어보았다.
직급과 위치가 꽤 높은 분이고 이러한 지시를 전파하신 분이기에 취지를 알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는데,
돌아온 건 왜 하라는지는 잘 모르겠다지만, 위에서 하라는 것이니 해야 하지 않겠느냐라는 대답.
대답을 듣고 나자 공감도 가지 않고, 취지또한 잘 이해되지 않는 전사구호를 그저 시키니 반복했었던
예전 나의 모습과 크게 다를바 없단 생각이 들어 쓴웃음이 나왔다.
내 경우가 특별했는지는 모르겠지만, 그러한 구호를 외칠때마다 괴리감이 느껴졌었으니까.
조직이 크건 작건, 이행해야 할 지시가 크건 작건 간에 그에 대한 올바른 취지와 배경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
지시를 의미있고 가치있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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